정치적 대립이 가지는 힘, 적의 존재가 정체성을 만든다.
"정치에서는 당신이 누구인지보다 당신이 누구와 맞서 싸우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격언은 정치의 본질적인 특성을 간결하게 포착하는 통찰이다. 정치란 단순히 능력이나 개인으로서의 정체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립과 경쟁, 그리고 갈등의 역학 속에서 형성되는 복잡한 행위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치적 정체성의 형성 정치를 비롯한 인간사 전체에서 볼 때, '적'의 존재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정치인이나 정당은 종종 자신들이 무엇을 지지하는지보다는 무엇에 반대하는지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더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가? 이는 유권자들에게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정체성을 형성하는 종교나 인종보다 정치적 소속감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메시지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이러한 접근의 병폐도 명확하다.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 그것이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분열이 초래됨에 따라 여기서 빚어지는 갈등과 피로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상호 이해와 타협의 여지를 줄이고, 정치적 담론을 '우리 대 그들'이라는 구도로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 정치란 게 어떠한 구실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전략으로서의 '적' 만들기 정치인들은 때때로 의도적으로 '적'을 만들어내거나 과장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이는 실제 정책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진영의 지지를 얻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실실적인 문제 해결보...